명태균, 윤석열, 김건희는 공천개입이 아니라 사적견해 피력한 것이라고 해
한동훈이 휴대전화 비번 까지 않은 것도 헌법상 보장되는 사적 자유 침해 방어 운운
공천은 고도의 정치행위라 사법의 잣대를 대기 어렵다는 견해
권력은 막강한데, 그에 따르는 책임, 의무를 논할 때는 갑자기 사인(私人)으로 둔갑
지금 한국의 대의과두체제에서는 시민 민중에 의한 도편추방 불가
2년 전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서 명태균, 국힘당 공천관리위원장 윤상현, 대통령 윤석열, 그의 처 김건희 등이 김영선을 전략공천하는 데 서로 다소간 관여한 정황의 녹취록이 나왔다. 윤석열의 경우는 “나는 김영선이라고 했는데”라고 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0.7일 윤석열이 대국민 대담에서, “사적 의견을 말한 것이다. 누구를 꼭 추천한다 그런 의견은 누구나 개진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명태균은 김영선 공천 관련하여 언급하면서, 녹취를 통해 드러난바, 김건희가 공천관리위원장 윤상현에게 압력을 가한 정황을 언급한다. 그 외에도 명태균은 창원 산단부지 선정에도 깊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혐의에 대해 명태균은, “개인 의견을 말할 수 있지. 그게 뭐가 문제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공천관리위원장 윤상현은 김영선을 공천한 사실 관련하여 애초에 윤석열, 김건희는 물론 어떤 외부의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런데, 녹취를 통해 추정되는 바에 의하면,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으나, 전화가 들어간 다음 바로 김영선 전략공천으로 방향이 선회했다고 한다.
윤상현의 이 같은 입장을 두고 JTBC(오대영 라이브)의 대담에서는, 정치와 법의 영역 간 관계에 대한 견해가 개진되었다. 의원 공천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서 여러 방향으로 말이 들어오게 된다는 것, 어느 정도까지 그 범위가 허용 혹은 금지되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정치가 사법의 영역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이 타당한가 등의 의견 및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JTBC 대담에서 나온 이 같은 견해는 명태균이나 윤석열이 각기 개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용산의 김건희, 윤석열은 물론 이들을 통해 윤상현에게 김영선의 공천에 다소간에 영향을 미친 행위가 개인의 사적인 의견의 개진으로 양해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입장은 정치적 행위에 대해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견해 위에 성립한다.
JTBC 대담에서 소개된 이런 견해는 절반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적 행위는 법의 영역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법 위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정치적 행위는 사법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견해는 절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치적 행위의 주체를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거꾸로 그 주체를 국민 민중으로 돌려보면, 결과는 반대가 된다. 민중이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하는 곳에서는 공천에 월권하여 개입하고, 공권력에 줄을 대고. 거기에 편승하여 알게 모르게 공권력을 주무르는 이는 당장에 축출, 추방에 처해진다. 그 한 예가 고대 아테네 도편추방제였다.
도편추방은 공직에 있건 없건 무관하게, 권력 주변에서 직접, 간접으로 권력을 농단할 위험이 있는 이를 무조건 추방할 수 있는 제도이다. 기피하는 이의 표수(도기 깨진 조각을 뜻하는 도편에 이름을 적어 표결한 수)가 6,000표가 넘으면 기피된 이는 10년간 추방된다. 민중의 결정에 의한 추방령에는 증거가 필요없고 반론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추방이다. 도편추방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일 뿐, 사법의 영역에 종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양측이 각각 행사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한편에 명태균, 윤석열, 김건희, 윤석열 등이 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 다른 한편에 국민, 시민, 민중이 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존재한다. 사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는 서로 상반하는 두 가지가 대립한다. 어느 쪽이 기선을 잡고 반대쪽을 누를 것인가는 정치적 결정권을 궁극적으로 누가 행사하는가에 달린 것이다.
지금 한국은 민주가 아니라 대의과두 체제이다. 국민 민중이 대의자를 뽑는 권한밖에 없고, 사안에 대해 직접 결정권이 없는 곳에서는 도편추방제를 실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명태균, 윤석열, 김건희, 윤상현 등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공권력을 농단해도 처벌하기가 어렵게 된다. 적어도 JTBC 오대영 라이브에서 개진한 논리에 따르면 그러하다.
공천 개입 의혹에 엮인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등 공직자(주변인 포럼 포함)가 의견 개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기는 사실 자체가 공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 부재의 제도적 흠결을 노정한다. 한동훈이 헌법상 보장되는 사적 자유 침해를 내세워 휴대전화 비번을 까지 않은 것도 같은 권력구조에서 파생한 것이다. 권력은 막강한데, 그에 따르는 책임, 의무를 논할 때는 갑자기 사인(私人)으로 둔갑한다.
공직자 권력의 크기와 책임, 의무 간 비대칭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보정되는 것이 아니다. 촛불 들어 윤석열은 쫓아내도 여전히 존재하는 제도의 공백은 또 다른 윤석열을 불러낼 위험성을 항시 담보한 것이다.
위임한 권력에 대한 통제장치의 결여는 현재로서 입법권 전유의 국회 탓이다. 국회보다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또 다른 정치적 주체도 있다. 명색이 모든 권력의 주인이라고 하면서, 국회의 흠결을 간과하고 묵인하는 시민 민중의 탓으로 그 책임이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