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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39) 총선 끝난 지 두 달이 채 못 되어 여야 간 협잡질(딜)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자영 | 입력 : 2024/06/21 [08:23]

협잡의 중심에 이재명이 있고, 수박이 따로 있는 것 아니다
국회의 여야 협잡이 검찰의 협잡과 본질에서 같은 것
정청래는 김건희에 대해 가부장 같은 관대함을 베풀 권리가 없다
박찬대 및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 자체를 손볼 의사가 애초에 없는 것
여야 간 협잡 근절하는 국민투표제 도입해야
소수는 다수보다 이익과 호의에 더 부패하기 쉽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 운영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출신으로 기 임명하면서, 나머지 7개를 국힘당에 배분한다는 방침에 대해 국힘당이 거부(보이콧)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 정청래는 “국민의힘이 이번 주까지 상임위원회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정무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의원으로 선출할 것”, “이 거부가 계속될 경우 김건희 여사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겠다” 등 발언을 했다.

김건희 문제 관련하여 정청래는 “만약 국민의힘이 (상임위에) 들어오지 않으면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차지)해서 다수결 표결로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 “그럼 동행명령장을 들고 용산에 방문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용산(대통령실) 앞에서 경호원과 실랑이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최재영 목사가 디올백 갖고 갈 때는 안 막더니 왜 막냐’고 말할 것”, “용산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머니에스, 2024.6.18.)

정청래의 이런 발언은 지금까지 여의도 관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국힘당이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할 경우, 김건희를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들이지 않겠다는(혹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가 여야의 거래에 의해 결정될 사안인가? 만일 그렇다면, 여의도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는 검찰과 본질상 차이가 없다.

공기관에서 사건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질이 다른 사안과 거래(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협잡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와 검찰이 같은 물에 놀고 있다는 말이 된다. 누구는 300여 번 소환조사, 혹은 압수수색하면서. 김건희는 왜 소환조사 한 번 안 하나 하는 불평도 토로할 수가 없다. 뭔가의 협잡(딜)이 오고가기 때문에, 그런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협잡이 있다. 국힘당 원내대표 추경호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민주당 원내대표 박찬대가, 한편으로, “전날에는 원구성을 불법으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놓고 하루 뒤엔 1년씩 하자는 게 도대체 말이 되냐”, “민심을 배반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협잡”, “총선 민심은 윤 정부의 실정을 야당이 중심이 돼 국회가 잘 제어해 국정을 정상화시키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사위와 운영위는 필수 사항”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신뢰”, “향후 1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긍정적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찬대가 “향후 1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이라고 1년의 시한을 정한 것은 참으로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 1년 후에는 그 변화된 모습이 원위치로 돌아가도 묻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 바꾸면, 1년만 가만히 참고 있으면, 그 다음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1년씩 바꾸어가면서 할 수 있다는 신호(시그널)에 버금간다.

이것은 박찬대 및 민주당 일반이 소수당과 협잡하고 있음을 노정하는 대목이다. “1년”이 지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없고, 더구나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넘겨줘 버리면, 1년 후부터는 다시 국힘당의 노림수에 따라 같이 놀아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 운운한 것은 박찬대 및 다수 민주당의 직무유기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여당이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어, 국민의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라고 한다.(한겨레, 2024.6.19) 그러나 치명적인 것은 ‘힘든 조건의 제시’나 ‘사실상 거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1년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이라는 조건 자체를 제시한 데 있다.

“향후 1년간”이라는 기간만 국힘당이 어떻게 해주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1년씩 바꾸어가면서 하자는 국힘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뜻을 직간접으로 피력한 것은, 그 현실성 여부를 떠나, 민주당 측의 소극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170여 석의 다수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이것 이상으로 분명하게 표출할 수는 없겠다. 170여 석 다수당의 효력은 고작 1년짜리였음이 드러났다.

실은 대통령 거부권에 걸려 번번이 국회의 결정이 무용지물이 되면, 이를 개선하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개헌해야 한다. 그러나 그 뜨거운 감자를 두고 수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박찬대가 말하는 ‘1년’은 다수 국민 민초를 기망하는 수사(헛소리)이다. ‘1년’만 국힘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는 것은 ‘1년’이 지난 다음에도 국힘당이 그 변화된 모습을 그대로 지킬 것이라고 믿지 않고, 또 그래도 된다는 점을 공공연히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와 박찬대의 이 같은 협잡은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뜻으로 환원된다. 이재명의 뜻을 배반하고서, 최고위원 정청래, 원내대표 박찬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콩가루 집구석이 아니라면 그러하다.

결국 이 같은 여야의 협잡은 여야 국회의원에게만 맡겨놓아서는 이미 굳은살 배길 대로 배긴 여의도 관행이 근절될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소수 위정자들의 협잡을 막는 길은 최종의 결정권을 국민 스스로 행사하는 국민발안에 의한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서, 여야가 다 같이 국민에게 주권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 확실하다.

두 가지 징후에서 그러하다. 첫째,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그러하다. 이재명도, 조국도, 나경원도 하나같이, 여야 막론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위해 개헌하자고 떼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여야가 전혀 다르지 않다. 

1987년 이래 근 40년, 강산이 4번 바뀌도록 세월이 변했으나, 개헌 한 번 안 된 이 지경에, 개헌하자고 한다는 소리가 의원내각제(이낙연, 김진표), 국회의원 선거제도(김진표, 정성호 등 다수), 대통령 4년 중임제(이재명, 조국, 나경원) 뿐이다. 이것이 소수 위정자들끼리 권력을 어떻게 배분해 먹나 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둘째, 기소와 수사권을 분리하기만 하면 검찰개혁이 다 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혁신당 대표 조국이 검찰을 기소청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면 수사권은 누구에게로 가나? 경찰에게로 갈 것 같은데, 사실 검찰과 경찰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검찰만 아니라 경찰도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해왔다. 둘 다 관료조직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 한다.

조국은 총선 전 조국혁신당의 공약으로 지검장 민선제를 내걸었다. 지금도 그들 혁신당 강령 제1호로 민선제가 명기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민선제 화두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혹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제거하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만들겠다는 등으로 검찰개혁의 방향을 틀었다.

아마도 조국은 지검장 민선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지도 못 한 채, 그냥 수박 겉핧기로 총선 공약으로 내건 것 같이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와서 민선제의 취지가 조국혁신당의 행보에서 깡그리 실종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선제는 현재 검찰 임명권자(대통령, 검찰총장 등)의 입김으로부터 검찰을 자유롭게 하자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검찰의 상명하복 구조는 무엇보다 인사권을 장악한 이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전적으로 기인한다. 검찰이 가진 기능의 일부(수사권)를 떼서 경찰에게 넘겨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수사권을 분리해내고 기소권만 검찰에 남긴다 해도, 그 기소권도 사소한 것이 아니다. 지금 같은 상명하복의 구조에서 검찰이 기소권만 가진다 해도 그것이 오남용되지 말란 법이 없다. 또 경찰도 그동안 나쁜 짓거리를 너무 많이 자행한 전력을 가진 터라, 넘겨받은 수사권을 공정하게 행사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세인이 검찰 다음으로 불신하는 기관이 경찰이라는 말이 회자한다.

여의도 문법과 민중의 문법이 따로 놀고 있다. 여의도는 검찰같이 범죄 혐의를 놓고 협잡(딜)하고, 억울한 민중은 하고한 날 소리쳐도 메아리가 없다. 역시나 국민 민중이 아니라, 여의도 의원들이 주인인 것이 확실하다. 여야가 낮에는 싸우는 척하고 밤에는 술 같이 먹는다는 말이 회자하더니만, 이런 말이 전혀 빈말인 것은 아닌 것 같다.

국회의 소수 위정자들은 다수 민중을 ‘중우’로 치부하고, 스스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믿고, 권력의 독점을 정당한 것으로 자임하곤 한다. 소수의 손에 집중된 권력, 대통령과 국회가 연출하는 오늘의 질곡을 보면서도, 여전히 ‘소수의 현명함’을 종교같이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다수를 소수로 줄이면 그 소수가 갑자기 현명한 이들이 되나? 소수와 다수는 그냥 수의 다과를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명과 우둔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 한다.

약 2,400년 전(기원전 4세기 후반)에 살았던 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아테네 국제, 41.3)는 “소수는 다수보다 이익과 호의에 더 부패하기 쉽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의 혜안은 다수를 ‘중우’로 간주하고, 현명한 소수가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늘의 담론과 반대가 된다.

현재 한국의 대의제는 민주가 아니라, 과두체제이다. 독선과 아집에 찬 국회의원들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여야 간에 벌어지는 협잡에 대한 책임은 결국 그 소수가 정치를 농단하도록 용납, 방관하는 국민 민중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협잡의 과두체제를 대의민주제로 믿고 있는 민중들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그 대가로서 민중은 위정자들의 농락 대상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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