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청 죽전3구역 재건축조합 정상화 대책위원회 거주민 시위 현수막
조선일보가 “탄핵, 청문회 시달린 방통위 직원들의 고통 호소”라는 표제의 사설을 올렸다. 사설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의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이상인 전 부위원장 탄핵소추 과정에서 각종 자료 요구로, 방통위 직원들이 주말마다 비상 근무를 해왔고, 민주당의 잇단 방통위원장 탄핵, 현장 검증, 청문회 공세에 시달리느라 휴일도 없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사무처가 국회에 공문을 보내서, “국회의 갑질로 직원들이 힘들다”는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 또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직원들이 여름휴가는커녕 주말에 나와 에어컨도 안 나오는 사무실에서 고생하고 있다”며 “직원들 힘들게 하는 수준도 적당해야 한다. 입법기관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에 조선일보 사설에서는 “공무원들이 오죽하면 공문에 이런 내용을 적었겠나”하고 토를 달았다.
그런데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일거리가 많아 주말마다 비상근무를 할라치면, 왜 업무에 상응하는 인력을 보강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민주당 야당 대표 이재명에 연루된 사건의 수사에는 검사 인력을 수시로 보강해서, 압수수색을 수백 회 한 것으로 회자한다. 이 같은 전력은 인력 충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력 보강해서 일부는 휴가도 가고, 또 에어컨 없으면 설치해서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전 방통위 관련 탄핵소추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싫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명의 경우에는 일 많아 휴가 못 가고 에어컨 없어 일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없는 일도 있는 것으로 만들거나 왜곡하여 제출하고, 또 있는 것도 없는 것처럼 빼버리는 수고까지 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최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둘째, “공무원들이 오죽하면 공문에 이런 내용을 적었겠나”라고 한 조선일보 사설은 전 방통위 관련인을 탄핵소추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 민주당이 공무원을 어떤 식으로든 괴롭히지 말하는 것은 필요한 자료를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이고, 자료가 없으면 탄핵이 어렵다.
여기서 의미심장한 꼼수 하나가 드러났다. 공직자가 일이 많아 괴로우니, 자료제출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진실이 가려져 탄핵을 할 수가 없게 되고, 그러면 사실이 밝혀지지 않고 묻히게 된다. 공직자가 에어컨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괴로움이 진실을 묻어버리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방통위 직원들은 이재명에 연루된 사건을 조사하는 검사들과 아주 다르다. 후자는 일이 많아 자료 조사 하느라 괴로우니, “검사들 힘들게 하는 수준도 적당해야 한다”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고, 또 “입법기관이 이래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오히려 대놓고 입법기관을 겨낭햐여, 수시로 기소장을 남발하고 있다. 인력이 모자라면 이렇게 못 한다.
민원인의 ‘갑질’로 공무원이 괴롭다는 꼼수의 담론은 공직자가 진실을 회피하고 싶을 때 쓰는 꼼수이다. 이런 꼼수는 공직자가 비리 혐의에 연루될 때, 그것도 수세에 몰릴 때 쓰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손에 들고 있는 자료를 얼른 수집하여, 자신의 결벽을 증명하고, 문제 제기하는 이들을 오히려 무고로 몰아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속내는, 일이 많고 에어컨이 없어 자료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내놓기 싫고 청문회 자체를 멈추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방통위 관련 청문회를 마구잡이 소집한다”, “남발한다”, “자신들이 탄핵소추시켜 직무가 정지된 방통위원장(이진숙)을 청문회 증인으로 부른다”,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자 2차, 3차 청문회까지 열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방통위 직원들이 시달리고 있다” 등이 그러하다.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2차, 3차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는데, 조선일보는 출석 거부한 이가 아니라, 2차, 3차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는 이를 나무란다. 또 에어컨이 없어 힘이 들어 일 못 한다는 방통위 직원을 두고, “애꿎은 방통위 직원들이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방통위가 “국회의 갑질로 직원들이 힘들다”는 빌미는 결과적으로 국회(야당)가 요구하는 자료를 내기 힘들다는 뜻이고, 자연히 진실을 은폐하는 데 이용된다. 민원인의 갑질로 공직자들이 괴롭다는 꼼수의 등식은 사건 해결에서 핵심이 되어야 할 진실 규명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이런 꼼수는 드물지 않게 응용된다. 한 예로, 최근 대구 달서구청 공직자들이 구청 앞에서 이른바 민원인의 ‘갑질’에 대해 맞대응 시위에 나섰다. 달서구 공무원 노조가.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및 규탄 집회를 열고, 약 600여 명의 공무원들이 달서구청에서 월성네거리를 돌아 다시 구청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규탄집회를 가졌다고 한다.(2024.8.1.) 이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비방과 음해 그리고 허위사실 적시는 악성민원이다”, “공무원은 병들어 휴직하고 달서구민은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등 구호가 적혔다.(푸른방송뉴스, 2024.8.6.)
공무원 노조가 악성민원으로 규정하는 이들은. 지난 1월부터 구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있는 죽전3구역재건축조합 정상화 대책위원회 거주민이다. 기존 죽전3구역 재건축 조합사업 시공사가 지분제 사업방식으로 하기로 했는데 관리처분할 때 조합, 시공사, 달서구청이 도급제 사업방식으로 인가해 줘서 막대한 재산손실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김학규[죽전3구역재건축조합 정상화대책 위원회 대표] 주장)
한편, 달서구 공무원 노조에 따르면, 구청 앞에서 7개월째 이어지는 재건축조합원들의 민원과 시위로 인해 담당공무원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아 휴직하고 담당부서는 계속적인 시위와 민원 전화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억지 주장과 갑질·위협으로부터 공무원이 희생되고 있고, 또 담당 부서가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실효적인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악성 민원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인 대책이 꼭 필요하다”, “판결이나 감사원 감사나 경찰 조사까지 다 받았고 공무원이 그 행정 절차를 하면서 하등의 잘못도 없다고 다 알려드렸다”, “그분들께도 알려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상황이라면, 도대체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등 발언을 했다.
달서구 공무원 노조는 맞대응 시위에서 두 가지 점을 들었다. 첫째, 악성민원 때문에 공무원이 병들고 있다는 것, 둘째, “판결이나 감사원 감사나 경찰 조사까지 다 받았고 공무원이 그 행정 절차를 하면서 하등의 잘못도 없다”라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위 공무원 노조가 내거는 정당성의 이 두 가지 근거에 있다. 두 가지 다 거주민의 민원이 악성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째, 공무원이 병들고 있다는 것은 진실의 규명과 무관한 사실이다. 오히려 왜 병이 들도록 악성민원을 시원하게 척결하지 못 하나 하는 의문점을 더하게 된다.
민원인이 애시당초 ‘갑질’을 하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민원인은 국회와는 입장이 다르다. 국회는 권력 기구라 혹여 갑질을 할 수도 있겠으나, 민원인은 근원적으로 그런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 공권력에 편승한 공직자가 지역 주민을 보고 ‘갑질’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억지, 어불성설로 비치는 대목이다.
둘째, 달서구 공무원노조에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검찰, 법원 감사원을 거쳤다는 것이 사실의 객관성을 보증하는 것이 도무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이재명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 수사가 보여주는 헛점은 가뜩이나 불신받는 검찰의 신뢰도를 더욱 추락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법원이나 감사원도 크게 예외가 아니다. 한국 법원의 사실심 심사는 참으로 부실하여, 민초가 개돼지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여 검찰이나 법원이 공정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쳐도,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검찰, 법원이 신도 아니고, 판단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찰, 법원, 감사원을 거쳤다는 사실이 무엇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원인이 무엇을 주장하면, 그 자체로서 다시 그것은 검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재판이라는 형식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은폐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사법권력 가진 이를 이용하여 후딱 엉터리 재판하도록 사주하고, 그것을 핑계로 "이미 판결 거친 사건"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서구 공무원노조가 ‘악성민원’으로 내세우는 근거 두 가지가 성립하지 않게 되고, 그래서 ‘악성민원’으로 규정하는 행위 자체가 달서구 공무원노조의 권위주의, 관료주의적 행태를 반증한다. 민원이 ‘악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달서구청은 대구 죽전3구역 재건축 조합사업 시공사가 “지분제 사업방식으로 하기로 했는데 관리처분할 때 조합, 시공사, 달서구청이 도급제 사업방식으로 인가해 줘서 막대한 재산손실이 생겼는지”의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응분의 조처를 취해야 하는 것이겠다.
공기관과 공직자는 “직원들이 여름휴가도 못 가고, 에어컨도 안 나오는 사무실에서 고생한다”, “악성민원 때문에 공무원이 병들고 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인력을 보강 투입하고 에어컨 설치해서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이재명 잡는 데만 검찰을 집중 투입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라의 주인은 이재명도 누누이 강조하듯이, 윤석열, 이재명이 아니라, 국민, 지역의 주민이므로, 후자가 우선해야 한다.
“탄핵, 청문회 시달린 방통위 직원들의 고통 호소”, “공무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린다” 등은 실체 규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 민원이 들어오면, 과거에 수십 번을 검찰, 법원, 감사원을 거쳤다고 하고 덮고 빠져나가려 할 것이 아니다. 민원은 현재로서 다시 검토되고, 지난날의 판단에 하자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하겠다. 대구 달서구청 민원인들이 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그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 같은 맥락이다.
공직자가 시달린다든가, 이미 판결을 거친 사안이라는 변명은 진실을 덮으려 할 때 흔히 내거는 꼼수 담론에 불과하다. 방통위 공직자가 격무에 시달린다고 청문회 자료를 요구하는 국회를 나무라는 조선일보의 내심은 결과적으로 진실을 덮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 같은 맥락에서 ‘공무원이 병든다’는 이유로 민초의 민원을 ‘악성’으로 단정하고, 600여 명이 대구시를 누비며 맞불 시위를 벌인 달서구청 공무원노조의 행태는 공권력의 갑질, 관습적 권위주의의 표현이다.
위 공무원노조는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들이 업무에 방해 받거나 정신적 고통으로 공직사회를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대책을 세울 것”을 정부와 달서구에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무원의 정신적 고통”을 내세워, “이미 겁찰, 법원, 감사원 등을 거쳐 결론이 났다”는 핑계로 사건의 재심 자체를 거부하는 공직자를 직무 유기로 처벌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직자의 ‘갑질’은 윤석열 정부 퇴진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를 좀먹어왔다. 이런 관행은 윤석열, 김건희, 천공 등만 사라진다고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검찰 재직시 특활비를 쓴 것만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다. 그 같은 일탈을 감시, 방지하고 미리 솎아내지 못하는 체제에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은 제2, 제3의 윤석열 역시 적지 않을 것이지만, 검찰에서만 그런 것 또한 아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문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1년10개월 동안 회의를 단 한 번(본회의 총 3회 중 2회는 온라인) 주재하고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또 영업일 기준 사흘에 이틀 꼴로 법인카드를 사용하며 총 4800만 원 가량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프레시안, 2024.8.16.)
택배 노동자가 밤중에 일하다 죽어 나자빠지는 마당에, 공직자들 손에서 나랏돈이 줄줄 새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 하나 내쫓으면 만사 형통할 것 같이 윤석열만 욕해대는 국회 야당을 보노라면, 권력 탈환 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것 같다. 나아가, 그에 편승하여 윤석열, 김건희만 줄창 외쳐대는 촛불 시민들의 경우도 크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우선 정권 교체하고 뭔가를 고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혹자가 말할 수도 있겠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 것 같다. 이재명, 조국, 김두관, 이언주, 나경원 등이 앵무새같이 입을 모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하겠다고 하는 것이 그러하다. 공직 사회의 뿌리깊은 부패는 대통령의 임기와 전혀 무관하다. 또 이재명이 말하는 민생, 기본소득 등의 개념도 공직사회의 부정 척결과는 기실 무관한 사안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공직자의 부패는 대통령 임기, 민생 등과 또 다른 측면이며, 그 기강 확립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국회의 입법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