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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44) 우원식의 행동거지는 수박이 아니라 민주당 대체의 뜻을 대변하는 것

최자영 | 입력 : 2024/10/13 [12:31]

우원식이 급기야 김진표의 협치 담론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이재명이 국민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다른 이도 따라 하는 것 아니다
부정부패는 봉건적 ‘깨끗한 인물상’ 아닌 ‘처벌과 견제’ 제도를 통해 척결 가능
윤석열의 뜬금없는 저출생과 지방시대론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우원식이 국힘당 당대표가 된 한동훈을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민주당이 ‘한동훈 특검’을 낸 것에 대해 한동훈이 불만을 표시하자, 우원식이 “민주당이 좀 과했다”고 답했던 것으로 회자한다. 과하다고 느끼는 순간 추진력이 떨어진다.

그 우원식이 지난 7.17일에는 방송4법 추진에 제동을 걸고, 여야 협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 통에 방송4법은 물론 채상병 특검 건도 법사위에서 보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원식은 야당(민주당)에 대해서는 방송4법 처리 강행을 중단하도록, 정부·여당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하도록 각각 요구하고, 여야가 참여하는 범국민협의체를 만들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밝혔다. 우원식은 24일까지 자신의 제안에 답해달라고 여야에 요구했고, 국힘당 원내대표 추경호는 어김없이 이 제안을 거부했다.

송양지인(어리석은 의리와 인정으로 손해 본 송나라 양공)을 닮은 우원식의 느릿한 행보는 번개에 콩 볶듯 해치우는 정부와 여당의 행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민원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류희림이 임기가 끝난 바로 다음 날 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되었다.

이 '도둑 회의'의 경과를 보자면, 대통령 윤석열이 3명(유희림 포함)을 방심위원으로 위촉한 공문이 방심위에 도착한 시각이 23일 오후 5시 12분. 그로부터 1시간 반 뒤인 저녁 6시 50분, 이 3명이 기존 여당 추천 방심위원 2명과 함께 문을 걸어 잠그고 비공개회의를 열었고, 10여 분 만에 류희림 위원장 연임을 결정하고 회의를 끝냈다는 것.

9명의 위원이 채 구성되기도 전에 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유희림의 경우에 보이는 두 번의 사례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 같은 편법이 이번에 처음 동원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방송4법 관련 우원식의 제안을 거부한 국힘당이 아니라, 백이면 백, 그 같은 제안을 한 민주당에 있다는 사실이다. 기회가 있는 대로 편법, 불법을 불사하는 여당, 정부 앞에서 신사적(젠틀맨)으로 협치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원식의 협상안 제안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국힘당이 거절하면 답변 시한으로 정한 24일이 지난 다음, 25일에 법안을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히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안면몰수하고 ‘도둑 회의’를 개최하는 정부, 여당 앞에 우원식이 ‘협치’의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동훈 특검’ 추진 건에 대한 한동훈의 항의에 대해, ‘민주당이 너무 했다’라고 한 우원식의 엉거주춤한 대답과 딱 상통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우원식의 행동거지는 우원식 개인 혹은 민주당 내 수박 계열이 아니라, 다소간 민주당 자체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런 사실이 명백하다.

첫째, 당원지지 70%을 웃도는 추미애가 아니라, 5% 지지도 받을까 말까 하는 우원식을 국회의장으로 뽑은 것이 민주당이다. 그때 당원들이 반발하자, 당시 당대표 이재명이 당원들을 보고, 대중은 아직 조금 더 배울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위정자의 판단이 대중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었다.

둘째, 우원식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 내 아무도 비난하거나 저지하는 이가 없는 것이 그러하다. 우원식이 수박이라면, 민주당 자체가 수박을 선호한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이가 수박 우원식이 민주당의 예봉을 꺾는 것이라고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 민초는 우원식을 따로 떼서 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 우원식은 민주당의 의사를 대체로 대변하며, 다만 악역을 맡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을 탓하기 이전에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는 민초가 스스로를 탓할 필요가 있겠다. 실로 우원식의 문제는 민주당 전체의 문제로 비화한다는 사실부터 깨달을 필요가 있겠다.

이재명은 곧잘 ‘권력보다 국민의 뜻’을 들먹인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 “헌법 1조에 권력의 원천은 국민”,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 등의 구호가 그러하다.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재명이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이지만, 이재명 아닌 이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대통령 윤석열같이 “한 사람이 지지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고 할 때, 견제장치가 없거나 태부족이라,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피해를 안 보려면, 신속하게 윤석열을 내쫓고 이재명을 그 자리에 두는 수밖에 없는 것이겠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이 영생하는 것도 아니고 영구히 권좌에 있는 것도 아닐 것인바, 다음에 또 윤석열 같은 이가 나오지 말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재명 개인이 ‘국민’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잘 풀릴 경우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내가 국민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그런 내가 권좌에 오를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자기 주장이다. 그 이면에는 내가 없어도 공정하게 잘 돌아가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하겠다는 자각이 생략되어 있다. 인물을 앞세우는 점에서 “내가”로 시작하는 이재명의 구호는 봉건적이다.

둘째, 이재명이 “국민을 두려워 한다”는 구호에서 주체는 이재명이며, 국민 민초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이재명 개인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말하는 것일 뿐, 국민 민초가 어떤 견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재명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수동적 존재가 된다. 국민이 수동적이고, 위정자가 처분하는 대로 갈대같이 나부끼는 신세의 존재가 된다. 이것은 명실상부한 나라의 주인이 아니다. 서리 높여 이재명이 말하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수사(헛소리)가 된다.

이재명의 이 같은 입지는 그 자신뿐 아니라, 위정자, 민초를 가리지 않고, 우리네가 보편적으로 갖는 봉건적 심성을 대변한다. 전 국회의장 김진표의 단골 원칙인 여야 협치를 현 국회의장 우원식이 급기야 복창하기 시작했다. 민초가 우원식을 민주당과 별개의 존재로 떼어내어, 우원식만 수박으로 욕하는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원식과 이재명은 다소간에 한몸이다. 어떻게 하면, 윤석열과 김건희를 둘러싼 스캔들을 잘 끌고 나가서, 다음 지선, 대선 등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까를 계산하는 이해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위정자들은 정치 중개상(브로커)이다, 일을 하라고 권력과 지위를 부여했더니, 재보다 잿밥이라, 다음에 권력을 다시 갖기 위해서 온갖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 그러하다. 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사회나 제도 개혁에 앞서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민주당 의원 김두관이 민주당 내 다양성을 들고 이른바 이재명 ‘일극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두관은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 지방 균형을 구호로 내걸어왔다. 신학림(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김두관을 두고 “투명하고 깨끗함 그 자체”로 평가했다.

신학림에 따르면, 한편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관계자들의 부정부패와 독직 사건이 비일비재하고, 다른 한편에 일부 지역 토호들이 지방자치제를 '신분 세탁'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질을 흐리는 바람에 지방자치제 무용론까지 제기된다고 한다. 그러니, 서울과 지역 할 것 없이 투명하고 깨끗한 사람들이 정치에 나설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두 가지 문제가 있고, 그것은 이재명의 경우에 드러난 문제점과 같은 것이다. 첫째, 김두관이 깨끗한 이라도 하더라도, 그 혼자 깨끗하다고 해서 서울과 지방 가릴 것 없이 만연한 부정부패가 사라질 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재명이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이 국민”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한계를 가진 것이다.

혼자서는 “국민을 개돼지같이 아는 이들”이나 “중앙, 지방을 막론하고 득실거리는 깨끗하지 않은 이들”을 감당하지 못한다. 또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울려서 한다. 이재명 옆에 우원식도 있고, 김두관 옆에는 또 그 같은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깨끗함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덕목이라는 점을 신학림은 깨닫지 못했다. 부정부패의 척결은 깨끗한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깨끗’한 사람을 뽑으려 할 것이 아니라, 권력을 오남용하는 이가 있으면, 즉시 단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권력에 대한 견제 체제가 거의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다. 농해 썩어빠진 사법권력 위에 또 ‘여사’가 있다는 말이 회자하고, 그것이 요 며칠 사이 부쩍 가시화되었다. 김건희가 검찰을 대통령실 경호처 어딘가로 불러들여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어제오늘 가시화된 것이 아니다. 이미 김건희가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화 통화하면서 발언한 내용에 따르면,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의 처 정경심 교수를 친 것이 윤석열(당시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 문재인이었다고 한다. 문재인이 조국에게 법무부장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조국이 자꾸 하려 하니까, 그 부인 정경심을 쳤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여기서 김건희의 이 같은 발언이 사실인지와 무관하게, 이런 각본은 두어 가지 어마무시한 사실을 노정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조국을 제거하기 위해 그 처를 건드려 입건할 수 있다는 점에 김건희가 정통해있다는 점, 또 검찰은 대통령이 시키면 무조건 그대로 따라 한다는 사실 등이다. 지금 김건희가 검찰을 대통령실 경호처 어딘가로 불러들인 것이 바로 그가 숙지하고 있는 지식의 구체적 적용에 다름 아니다.

김두관이 주창하는 지방분권 혹은 중앙과 지방 간 균형이 제도적 차원이 아니라, 자칫 ‘깨끗한 지도자’ 담론으로 왜곡되는 것은 봉건적 인물 중심의 우리 사회 현주소를 노정한 것이다. 그래도 지방분권이 좋은 것, 해야 하는 것인 줄은 알아서 약방에 감초 같이 아무 데나 끼워넣는다.

대통령실에 ‘저출생대응수석실’을 신설한 윤석열이 중앙지방 협력회의 참석차 충남도청에 가서,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지위가 높아진 위정자는 무슨 말이든 하면 다 말이 되는 줄로 안다.

저출생과 지방시대가 서로 무슨 연관이 있나? 한국은 한 번도 지방시대를 열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저출생은 최근 심각하게 화두가 된 주제일 뿐, 과거에서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지방시대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출생율이 높았다. 좋은 것을 서로 갖다 붙이기만 하면, 그럴듯한 말이 되는 줄로 안다. 위정자들은 ‘아무말’ 잔치를 하고 있고, 그 앞에 민초는 침묵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헛구호를 외치거나, 앞뒤 논리가 닿지 않는 말을 나오는 대로 해재끼는 것이 오늘 우리 정계 위정자의 현실이다. 그 위정자들보다 더 큰 문제는 인물 중심으로 지지하는 우리네 국민 민초들의 봉건적 습성이다. 비판 없는 지지는 질곡을 영속화할 뿐이며, 그 책임은 급기야 우리 모두, 스스로의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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