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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41)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법으로 특수계급 발생을 도모하는 정부, 의사집단과 기울어진 운동장 의료조정중재원 – 허울 뿐인 '의료인 책임보험', ‘환자 대변인제’ 운운에 부쳐

최자영 | 입력 : 2024/07/05 [09:12]

의사집단은 40년 전부터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법을 주장
의료인 책임보험, 환자대변인제를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 운영하겠다고 하는 정부
이명박 정부하 설립된 의료조정중재원은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
의료중재조정원의 독점, 배타적 감정제도는 환자의 알 권리 침해
의사라면 누구나 감정 의견 개진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https://youtu.be/sSuLkJ95nMw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관련 시민사회 토론회, 최자영 교수 토론(2024.6.12.)

의료개혁특별위원회(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환자 대변인제’와 ‘유감표시법’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 대변인제’는 의료사고가 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대한변호사협회 같은 공익기관에 위탁하여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과표시법’이 아닌 ‘유감표시법’은, 의사가 사과하지 않더라도 유감만 표시하면, 재판부에서 양형할 때 감경 사유, 선처의 근거로 삼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법안 도입의 취지로 크게 두 가지가 언급된다. 첫째, 의료사고 발생 초기 의료인과 환자가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고,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나 피해자는 의사의 사과를 기대하지만, 의사가 사과를 하지 않아,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싸움이 격화하고 분쟁이 오래 이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의사가 사과나 유감을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사과=잘못 인정'으로 오인돼 법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미국 40개 주·호주·캐나다·영국·홍콩·스코틀랜드 등에서 유감표시법(Apology law)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중앙일보, 2024.6.27.)

그런데 이 같은 두 개 취지는 그 자체로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인과 환자가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본 점이 그러하다. 사고의 경위를 정확하게 따져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 어떻게 상호 신뢰가 우선순위가 되나?

사고 경위를 옳게 밝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사-환자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신뢰’라는 틀에 가두어 환자를 더욱 농락하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 증거가 바로 그 신뢰를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서 도모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같은 공익기관 운운 하고 있으나, 변호사협회는 의료 감정 관련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기여할 역할이 없는 들러리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의료조정중재원이 발부하는 감정서가 둘도 아닌 하나라는 데 있다. ‘전문가’ 감정이라는 미명하에 감정서가 딱 한 건 발부된다. 그 감정서는 의견을 달리 하는 다른 전문가의 감정 의견으로 다툴 수가 없는 구조에 있으므로, 권위적, 독점적, 배타적이다.

그런데도 환자가 이곳으로 모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다른 곳에서 의료감정서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보험회사 등이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 의사들은 개인의 감정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이것은 명색이 민주 국가에서 개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이지만, 관례적으로 의사들은 다른 의사의 진료에 대해 함구하고, 감정의견서를 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에서 배타적 독점기구인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 ‘환자대변인제’를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런 독점 감정기구를 그대로 두고 이른바 ‘환자를 대변’하겠다고 설레발 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그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이 커질 대로 커져 있는 의료조정중재원의 독점 감정제도 자체는 그대로 두고, 거기에 빗대어 환자의 입을 더욱 ‘틀막(틀어막기)’ 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라 보아야 한다. 짐짓 ‘환자대변인제’란 이름을 내걸었으나, 내실은 ‘의사대변인제’를 강구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한국에서는 무슨 법을 만들 때는 외국의 사례를 끌어댄다. 미국 40개 주·호주·캐나다·영국·홍콩·스코틀랜드 등에서 유감표시법(Apology law)을 실시하니까, 거기에 빗대어 우리도 따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우선 보이는 것으로, 외국에서는 ‘Apology law(사과[謝過]법)’이라고 한다. ‘Apology’는 그냥 ‘사과’이다. 이를 ‘잘못 인정’은 없이 ‘유감’의 뜻만 담겨 있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외국의 ‘Apology law(사과[謝過]법)’는 사과표시법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이런 외국 사례에 빗대어, 구태여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감을 표시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는 토를 달았다. 외국의 ‘Apology law(사과[謝過]법)’는 현 한국 정부에서 끌어내고자 하는바 ‘사과’ 아닌 ‘유감’에 한정시킬 일이 아니다.

이보다 더 큰 두 번째 문제는 외국에서는 한국의 의료조정중재원같이 감정제도를 폐쇄적, 독점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료감정은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다른 의사의 진료에 대해 감정서 및 의견서를 낼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능력에 견주어 최선의 감정 및 의견서를 내는 것은 전문인으로서의 양식과 권리에 당연히 부합한다.

한국에서 환자-의사 간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의사 측에서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가운데,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원인이다. 그런데, 사실을 쉬 은폐하도록 하는 독점, 배타적 감정(勘定)제도를 그래도 두고, 환자-의사 간 감정(感情)의 골을 없애고자 하는 것은, ‘눈감고 아웅’하며 환자를 물 먹이는 것이다.

실로 국외 의사 ‘사과법’은 의료사고에 대한 객관적이고 개방된 감정(勘定) 제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같이 의료조정중재원에서 한 건 감정서가 나오고, 그 감정에 대해 다툴 수도 없는 구조가 아니다. 감정의 진위에 대해 서로 다투고 오류를 수정하고, 감정인과 의료사고 피해자(혹은 가해자) 간 이견의 개진을 통해 그 감정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법원에서 감정인을 지정하고, 거기서 감정서가 나오면, 법원에 제출되기 전에, 피해자에게 우선 제시해야 한다. 감정인과 피해자 간에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일단 동의가 성립이 되면, 그것이 법원에 제출된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면, 그 감정서는 증거로서 쓰일 수가 없다. 일본에서도 복수 감정이 이루어진다. 법원에서 감정인을 지정하는 경우, 사인(私人) 피해자 측에서도, 나름 감정서를 구해와서, 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현 정부 및 의사집단이 의료조정중재원을 끼고 도는 사안이 또 하나 있다. 의료인 책임보험 관련한 것이 그러하다. 올해 초 윤석열 정부는 의료인이 책임보험을 든다는 전제하에 형사면책특례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의사 책임보험을 의료조정중재원을 통해서 운영하겠다고 하고, 동시에 종합보험을 완벽하게 가입할 경우, 형사기소 자체를 하지 못 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고, 이에 대해 의료인 집단도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건 감정서가 발부되는 권위적, 폐쇄적 환경에서, 달리 의료 감정서를 구할 수도 없는 개인은 의료조정중재원의 획일적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기본적 진실을 가릴 수 없는 이런 환경에서는, 의료인이 책임보험을 넣겠다, 또 종합보험을 완벽하게 넣겠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 하게 된다.

정부와 의사 집단은 의료인이 형사면책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자동차 보험의 예를 든다. 자동차 책임보험에서도 형사면책의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의사와 자동차는 경우가 같지 않다.

첫째, 자동차 사고와 의료 사고는 사고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불시에 쌍방의 작용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환자를 상대로 하는 의사의 일방적 행위에서 발생하는 사고로, 여기에는 전문인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주의 의무를 지켰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둘째, 자동차 책임보험은 사고의 추이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쌍방 간에 서로 다툼으로써 타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보험회사가 다를 경우, 서로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의료조정중재원에서 감정을 독점하고, 거기서 단 하나의 감정서가 나온다. 하나의 감정서란 거기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한편, 국힘당 정책위원회가 제22대 국회의원 워크숍(5.31.)을 연 다음, 국힘당 1호 법안을 발표했다. 민생공감 531 법안으로 불리는 1호 법안은 31개 입법과제로 구성된다. 여기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제시되었고, 반의사불벌 특례와 종합보험 가입 특례,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임의적 혐의의 감면(법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혐의를 감경할 수 있다) 등의 취지를 담았다고 한다.(메디칼 업저버, 2024.5.31.)

형사면책특례 관련한 국힘당의 구상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집단 간 힘겨루기가 질곡을 빗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인(주로 의사)을 달래기 위한 당근의 하나로 제시된 것으로 이해된다.

정형준(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에 따르면, 여기에 “공공의료를 늘리겠다든지, 지불제도를 어떤 식으로 바꾸겠다든지, 아니면 건강보험제도를 어떻게 하겠다든지,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다. 사실 의료개혁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의사 증원 위해 의사를 설득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담은 것이다.” 오승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필수의료 패키지 거기에 정말 문제 있는 얘기들만 들어있는 것 아니다. 정부 재정이 화수분도 아니고 계속 나올 수 없다.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 얘기하고 있으니까, 과연 이게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의견을 개진했다.(MBC PD수첩, 의료비상사태 – 누가 병원을 멈추게 하나, 2024.6.18.)

더구나 의사들은 책임보험을 넣고 싶은 마음 자체가 별로 없다. 책임보험 가입하고 싶지 않은 의사들을 상대로 책임보험을 넣으면 형사면책특례를 베풀겠다고 하는 것은, 책임보험 가입 여부 이전에 형사면책특례가 주요 목적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가 벌써 올 2월 형사면책특례 입법 추진을 천명할 때도, 책임보험에 따른 제도는 뒷전이고, 뜬금없이 대뜸 의사들의 형사 사건에 편의를 도모해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법무부에서 일선 검찰로 내려보낸 것이 그러하다.

정부와 의사집단은, “의대 증원”, “의료인 책임보험”, “환자대변인제”, “유감표시법” 등, 별의별 구실에다 약방에 감초처럼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를 붙여 통과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짝을 지어 나오는 사안은 달라지지만, 딱 하나 초지일관 붙들고 있는 것은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법” 추진이다.

그러나 의사 증원과 의료인 형사면책특례는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성격의 맞거래 항목이 아니다. 또 자동차 보험과 같이 취급되어야 한다는 등 온갖 구실은 주의의무를 생명으로 하는 의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한 건 감정서를 배타적, 독점적으로 발부하는 의료조정종재원을 통해 “의료인 책임보험”, “환자대변인제” 등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환자와 국민을 우롱하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의료조정중재원의 폐쇄적 독점 감정은 이미 의사들 편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한다. 기본적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의료인 책임보험 가입을 종용하겠다거나, 환자를 위한답시고 ‘환자변론제’ 운운하는 것은 수사(修辭 헛소리)에 불과하다.

 

최자영/ (그리스) 이와니나대학교 의과대학 보건학부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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