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은 국힘당이 원한 것, 병립형이 국힘당과 윤석열 정권 이기는 것?
국힘당 못지않게 다른 신당 창당을 싫어하는 민주당의 독선
거대 양당 구조로 국회는 상호 짬짜미 거래소로 변질할 우려
수박 득실거리는 민주당은 이재명과 영구적 동일체 아니다
거대의석 민주당은 짬짜미하는 수박들의 거대 괴물로 화할 수도
<프레시안>에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발언 관련하여,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민주, 병립형 회귀로?”라는 표제의 글이 실렸다. 부제는 “현실의 엄혹함 무시할 수 없는 상황…전대 룰 논쟁, 이해해달라”이다.(프레시안, 2023.11.28.)
이재명이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한다면 적절하게 대화와 타협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 “이상과 현실 중 현실을 택해야 하는 상황”, “내년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 하면 지금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게 될 것”, “현실의 엄혹함이라고 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런 발언을 두고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 회귀의 뜻을 내비친 것”,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지 않고 21대 국회 이전의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최근 민주연구원은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할 경우 국민의힘에 35석이 뒤진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고, 이에 당내에서는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좀 이상한 것이 있다. 이재명 발언에 대한 프레시안의 해석이 맞다면, 이재명은 병립형 회귀가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은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것이 수순이겠으나 사정은 그 반대이다.
여당인 국힘당은 일찌감치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오히려 준연동형을 지지하고 있었는데,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10.28일)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 회귀의 뜻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보는 것처럼, 실로 병립형 회귀가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면, 국힘당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절대로 병립형 회귀를 주장할 리 만무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뭔가 사달이 났다. 여야 어느 한쪽이 계산을 잘못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거대 양당이 다 같이 합세하여 국민을 바보로 알고 농락하는 것이 틀림없다.
이 문제 관련하여 두 가지 점에서 곱씹어 볼 것이 있다. 첫째, 위성정당이란 것이 다당제에 의한 정당연합 개념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점, 둘째, 의원내각제를 목메어 주창하던 국회의장 김진표가 미리 병립형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일찌감치 양당 지도부(2+2)를 불러놓고 선거제도 관련하여 뭔가를 종용한 그는 (준)연동제 비례가 아니라 병립형을 선호했던 것 같다.
준연동형을 지지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병립형 회귀로 변심한 이유는 국힘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비례 47석 가운데 35석 정도를 가져갈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라 한다. 국힘당은 위성정당을 만드는데, 민주당은 만들지 않는 경우 그러하다는 것이다.
국힘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비례 35표를 가져간다는 계산은 민주당 혼자서 감당하려 할 때 성립하는 것이다. 여러 신당이 나타나 다원적 구도를 이루면, 국힘당 및 위성정당이 35표를 다 가져가기 어렵다. 그러면, 국힘당에 반대하는 신당 혹은 기존의 군소 정당이 연합전선을 구성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성정당 만드는 것 여부를 떠나서 다른 신당이 나타나는 것을 싫어한다. 조국이 신당을 만든다는 말이 회자하자, 이것이 민주당 표를 얼마나 갉아먹을까부터 계산한다. 또 촛불행동의 한 분파인 촛불전진에서 국민주권당(200인 발기인 모아 창당준비위 구성)이라는 것을 만든다고 하니, 촛불을 이용하고 배반한 것이라고 매도하는 이도 나왔다.
어차피 민주당은 연합전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민주당이 국힘당과 궤를 같이한다. 위성정당은 나중에 합쳐서 통제할 수가 있는데, 연합전선은 통제가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거대 양당은 독재를 지향한다. 윤석열 행정부만 독재한다고 나무랄 일이 못 된다. 행정부와 국회가 획일적 통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도긴개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둘째, 병립형 회귀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타도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하는 이재명의 발언이 무리라는 점은 여당이 같은 것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병립형 회귀가 거대 양당 중심의 국회의 독주를 더 강화할 전망이라는 사실은 국회의장 김진표를 통해 반증된다. 의원내각제를 지지하는 김진표는 2+2 양당 대표 중심으로 선거제도를 추진하려 한다. 그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투표도 없이 국회에서 의원내각제 개헌하자고 발언할 정도로 다수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소수의 독단을 지향한다.
현행의 준연동제나 병립형 회귀는 다 장단점이 있고, 또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추측에 불과하고 결과는 대봐야 안다. 그런데 문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절차에서 소수 당 지도부가 독단으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민주적이지 못 하다는 데 있다.
비민주적 독선은 국회 내 여야를 막론하고, 나아가 입법부, 행정부, 사법관료 등을 막론하여 총체적이다. 국힘당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통한 ‘수도권 메가시티’를 넘어 ‘전국 메가시티’로 확장해야 한다고 하고, 뉴시티프로젝트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조경태(민주당에있다가 박근혜 정부 이후 국힘당 의원)는 “메가시티를 반대하는 세력은 매국행위”, “출산율 절벽을 극복해내는 유일한 해법이 메가시티”라고 했단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면 출산율이 높아지나? 아니면 전국을 하나의 도시로 묶으면 출산율이 높아지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조경태가 그렇게 믿거나 믿고 싶어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에 더하여 더 확실한 것이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 전국을 하나의 도시로 묶겠다는 것은 행정체계를 중앙에서 일원화하여 획일적으로 지배하겠다는 뜻이다. 지금도 근 75-80% 재정을 교부금 명목으로 두고 중앙에서 지방의 발목을 잡고 있는 판에, 나머지 근 20%도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심보에 진배없다.
둘째, 국힘당이 여론 수렴이나 타당성 검토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는데, 거기에 반대하면 매국노가 된다는 것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60% 이상이 반대한다는데, 국힘당이 과반의 국민을 매국노로 매도하고 나섰다.
국힘당의 독재이다. 한 사람(윤석열 포함하여)이 지지한다 해도 소신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하는 윤석열만 나무랄 것이 못 된다. 그 같은 맥락의 국회가 든든하게 측면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힘당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 전대표 이낙연은 “양대 정당이 심각한 내부질환을 앓고 있다”, ”정당은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을 만큼 허약해졌고, 강성 지지자들은 제도를 압도할 만큼 강력해졌다”, “이재명 때문에 당내 민주주의 무너져, 개딸 왜 못 없애나” 했단다. 정당의 붕괴와 내부질환이 강성지지자 때문이라고 보는 이낙연의 눈에 정당은 지지리 못 나 꿀먹은 벙어리 모양 입 다물고 남이 시키는 대로만 따를 약성지지자들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 이낙연은 두세 가지 행동기준이 있다. 첫째, 민주당 대표 할 때 검찰총장 윤석열 국회 탄핵을 공개리에 반대한다고 떠들었다. 자기만 떠들고 남은 약성으로 따라야 하는 줄로 안다. 국회 소위원회도 아닌 소소위원회에서 국가예산을 깜깜이 밀실에서 회의록도 없이 주물럭거려도 약성으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떠들면 강성이 되고, 강성이 되면 정당이 붕괴하거나 질환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낙연 시키는 대로 안 하고 이재명을 따르는 개딸을 이낙연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의 범법자로 정의했다.
둘째, 그는 도덕성 운운하기를 좋아한다. “민주당은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국민의 마음에 둔해졌다”고 한 것이 그러하다. ‘민주당=도덕적 감수성=국민의 마음’이니, 이들이 같은 맥락으로 연결이 되었다. 민주당과 국민의 마음을 도덕적 감수성의 존재로 괄호 쳐서 묶어두고, 이낙연 자신은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을 못 하도록 떠들고 다녔다. 그런 자신은 물론 도덕적 감수성이 있고 또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자처하고, 그래서 윤석열 국회 탄핵을 반대한 것이 된다. 이것이 이낙연의 독선이고, 그 독선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낙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재명도 결국 독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이재명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어쨌든 선거는, 뭐 무조건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로는 이겨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프레시안, 2023.11.28.) 이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지 않고 21대 국회 이전의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겠다”를 뜻하는 것으로 <프레시안>은 해석했다.
<프레시안>의 추측이 맞다면, 이재명은 두 가지 점에서 독선하고 있다. 첫째, 어떤 기준을 두고 병립형이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이라 믿는 것인지, 아무런 확증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병립형은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이 아니라 그 “나쁜 세상”을 더 나쁘게 유지하거나 조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쪽에서 그 나쁜 세상이 되는 데 일조하는 국힘당도 ‘병립형’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명백한 반증이다.
둘째, 이재명은 (준)연동형 아닌 병립형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선거는 승부 아닌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고 했다고 한다. 선거의 목적을 국힘당에 대한 민주당의 승리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현재 국회가 안고 있는 질곡은 민주당이 국힘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고 해서 근원적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지금 다수의석 민주당이 이렇다 할 성과를 별로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그런 사실을 반증한다.
이재명은 양당 독주의 국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병립형으로 회귀하여 민주당 의석을 국힘당보다 더 많이 확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거대 의석을 가진다 한들, 그 민주당이 이재명이 지향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 같지도 않다.
지금까지처럼, 다수당은 후폭풍 걱정하여 복지부동하는 식물당이 될 수도 있고, 수박들의 준동은 여전할 전망이고, 거대 양당이 독주하는 한 그들 간 짬짜미 관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급기야 그 와중에 이재명 자신이 수박들에 의해 제거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 한다. 국힘당에 대한 민주당의 승리는 그 자체로서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이 될 수가 없는 까닭이다.
이재명이 민주당의 항상적 소유주도 아니고, 그 거대의석의 민주당이 국힘당과 야합하여 이재명을 재물로 삼아 제거하려 할 가능성도, 현재로서, 배제를 못 한다. 걸핏하면 이낙연이 쫓아 나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운운하는 것을 흘리고 무시할 수만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재명이, 민주당이 국힘당에 승리하기만 하면,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면, 그것은 판단 오류이고, 허깨비같은 환상이다. 또 그렇게 믿고 (준)연동제 비례 대신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면, 그것은 당 대표로서 이재명이 김진표류에 편승하여 독단으로 결정하는 것이 된다.
그 판단 오류와 독단으로 인해 이재명은 급기야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결과를 빚게 될 수도 있다. 거대의석 민주당이 탄생한다 해도 그 자체로서 민주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국힘당과 야합한 거대 괴물로 화할 수도 있다. 지금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국회의 관행을 보노라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