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선출직 국회가 9명 헌법재판관 아래 머리 조아려
헌법 제111조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권 및 탄핵심판권을 박탈해야
민주당 의원 김용민, “윤석열 대통령 파면, 헌법재판소에 맡길래? 우리가 직접 할까?”(민트TV에서 화면 갈무리)
민주당 의원 김용민은, 대통령 윤셕열을 파면하는 것보다 국민투표에 의해 임기를 2년 단축하여, 내년(2025) 5월까지만 하게 하는 것이 더 신속하고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임기 단축만을 위한 ‘원포인트(한가지만)’ 개헌을 하자고 하면서, 거기에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그는 보았다.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이 윤석열이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자동으로 연계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김용민은 비약하여, 윤석열 임기 단축과 함께 4년 중임제가 당연히 원포인트 개헌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았을까? 그것은 국민적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김용민 자신의 지향성을 뜻할 뿐, 이 같은 그의 예단은 자의적이다.
'원포인트’ 개헌 한다고 해놓고는 다른 것도 덩달아 집어넣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러자, 김용민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국민이 원치 않는 것을 위정자가 함부로 넣을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김용민의 이 같은 대답은 사실과 모순을 빚는다. 임기단축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하겠다고 하면서, 거기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같이 넣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진실로 원하는 것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김용민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 예단했다. 딱히 그에 대한 여론조사 수치가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로서 과반수가 넘는 여론조사 수치는 윤석열이 내려와야 한다는 것에 관한 것이다. 누가 내려온다고 해서, 그 다음에 반드시 4년 중임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김용민은, 말로는 원포인트 개헌할 때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덩달아 붙여 함부로 넣을 수 없다고 했으나, 김용민 스스로가, 국민의 뜻 여부와 무관하게, 4년 중임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야 막론하고, 김용민을 비롯한 여의도 위정자들 대개가 원하는 바를 국민의 뜻이라 빗대는 것은, 하의상달이 아니다. 그것은 위정자가 원하는 것(上意)을 아래에서 원하는 것인양 가탁하는(상의하달) 상투적 수법이다.
김종인(전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5년 단임제보다 더한 질곡을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고, 또 요즈음 회자하는 명태균에 따르면, 윤석열이 2년만 대통령 하고, 그 다음에 4년 중임제 개헌을 해서 이준석을 대통령으로 세우려고 했다고 한다. 이렇듯, 4년 중임제가 권력 농간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5년 단임제에 못지 않다.
그런데 왜 이재명, 조국, 김두관, 나경원 등 여의도 위정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원하는 것일까? 김용민도 예외없이 4년 중임제 개헌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 포장까지 했다.
윤석열을 내치자는 의견이 60%가 넘는다고 해서, 거기에 반드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약방 감초같이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빙자하여 4년 중임제를 강행하려 드는 김용민의 행태는, 명색이 국민이 결정한다는 국민투표에서조차, 위정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여론 몰이 해 가려드는 경향성을 노정한다.
김용민은 탄핵보다 개헌을 통한 국민투표로 처리하는 것이 신속하고 또 현실성이 있다고 한다. 설사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한다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9명 헌법재판관 가운데 6명이 인용해야 탄핵이 가능한데, 이것이 어렵다는 것, 그래서 우회적으로 개헌을 통해 국민이 대통령 임기를 2년 줄이자는 것이다.
이 같은 김용민의 의견은 중대한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9명 임명직 헌법재판관 판관이 국회의 의결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과두체제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의 의지가 원천적으로 결여한 것이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국민이 뽑은 국회(의회)의 결의를 9명 재판관이 앉아서 무효로 돌리는 데가 있나? 한국은 민주 국가가 아니라, 헌법재판관의 과두정치 국가이다. 미국에는 아예 헌법재판소란 것이 따로 없고, 위법한 법률이나 그 법률의 위법한 적용은 일반 법원에서 감시한다. 법원은 법률수호 등 어떤 명분으로도 상하원 위에 군림하지 못한다. 독일 헌법재판소도 독일 연방의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헌법재판소가 갖는 체제의 결함은 전두환의 마지막 작품, 1987년 헌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38년 만에 개헌 운운하면서, 김용민은 이 같은 체제적 결함을 아예 논외로 하고, 헌법재판소를 우회하는 꼼수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김용민은, 입법의회 의원으로서, 본본을 망각, 유기하고 있다.
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재판소는 정치의 영역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비상식적 월권은, 1987년 헌법 제111조에서 규정하는 바, 정당해산권 및 탄핵심판권에서 비롯된다. 법은 최소의 영역에 그쳐야 하는 것이고, 형성적, 창조적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당해산이나 탄핵 등은 법의 영역이 아니다. 정치의 영역은 헌법재판소의 관할이 아니므로, 이들 권한은 제거되어야 한다.
김용민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기각할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국회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정당해산권 및 탄핵심판권을 박탈하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사법농단 판사 임성근, 행안부 장관 이상민,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관련 보복기소 검사 안동완 등, 국회에서 탄핵한 이들을 9명 헌법재판관이 앉아서 다 풀어주는 이 같은 관행은 체제의 결함에서 오는 것이다.
둘째, 탄핵을 어려워하고, 우회적으로 개헌을 통한 국민투표에 의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자는 김용민의 꼼수는 탄핵과 마찬가지로 순탄한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 개헌 발안하여 국민투표에 붙이자면, 탄핵과 같이 재적 2/3(200석)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김용민은, 국민이 직접 결정권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대단한 것으로 부각하고 있지만, 사실 국민 민중은 여전히 찬반 거수기일 뿐이다. 그 하나의 방증이 바로 김용민이 스스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국민의 뜻에 빙자하여 밀어붙이려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증거는 국민투표의 판을 국민 민중이 스스로 깔 수가 없다는 점에 있다. 국민은 개헌 및 입법 발안권이 없고, 현행 체제에서 대통령과 국회에만 개헌발안권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은 국회나 대통령이 원할 때 수동적으로 응하게 될 뿐이다.
셋째, 김용민을 비롯한 여의도 위정자들은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점에서 비겁하다. 이들은 가능한 한 손에 피 묻히지 않는 방법을 선호하고, 뜨거운 감자를 피하려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차기 권력의 쟁취에 가있고, 사회나 제도의 개선에 우선 순위를 두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들 하지만, 이들 여의도 위정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가능한 한, 서로 얼굴 붉히지 않도록, 알게모르게, 끼리끼리 타협 및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
그러나 개헌을 통해 초래할 제7공화국은, 김용민이 얼렁뚱땅 기정사실화 하려 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전망으로 초석을 놓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한편으로, 헌법재판소가 감히 정치에 간여하고 국회 위에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헌법 제111조에서 정당해산권 및 탄핵심판권 규정을 삭제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민이, 스스로 개헌 및 입법 발의권과 국민투표 부의권을 갖도록 하여, 국회나 대통령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위에 국회, 다시 그 국회 위에 국민이 들러리 아닌 주인으로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